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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자료실

제목
여성의 `꼬리표` 언제까지
  • 등록일2003-03-17 18:51:25
  • 작성자 관리자
내용

 헤럴드와 모드. 열아홉 살의 남자는 첫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하지만 이미 여자는 독약을 마신 뒤였다. 80은 죽기에 꼭 알맞은나이라고 말하면서 여자는 싸늘하게 식어간다. 늙은 남자와 어린 여자는 괜찮지만, 어린 남자와 늙은 여자는 결혼할 수 없다는세간의 시선을 그녀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여든 해라는 삶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래의 사회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파격적’ 결혼에 대해 세상을 설득할 수없었다. 세상은 고사하고, 그 자신 38세의 나이에 에이즈라는 파격으로 생을 마감한 작가 콜린 히긴스조차 설득할 수 없었다. 삶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헤럴드와 모드의이야기보다 더 리얼한 삶이 있을 수 있을까.

‘19 그리고 80’이란 제목의 이 연극은 UCLA의 영화학교 학생이던 히긴스가 졸업하던 해에 만든 단편영화의 시나리오에 바탕을두고 있다. 초연된 지 서른 해가 지났지만 연극은 지금도 시대를앞서가는 화두를 던져준다. 그것은 ‘파격’의 옹호이기도 하고, 누리는 자와 대비되는 소수자의 옹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고종석이 ‘서얼’이란 감상적 이름으로 지칭한 이 땅의 모든 패배자들에 대한 변론이기도 하다.

파격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늘 있어 왔지만,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각 분야에서 ‘파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 권력의 파격적 교체로 시작된 파격은 사회·문화·학문·언론등 전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회적 담론의 단골 메뉴인 여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여성들은 전에 그들의 영토가 아니었던다양한 곳으로 속속 발을 들이밀고 있다. 민주화의 마지막 프런티어에서 일궈낸 또 하나의 성취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과히 멀지도 않은 과거에, 상대가 여자라는이유로 보통명사 앞에 ‘여류’라는 꼬리를 붙이지 않았던가. 여류 소설가, 여류 화가, 여류 사업가…. 언어에 각인된 차별적 관습은 표피만 달리한 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 장관이니,여성 대변인이니, 최초의 여성 법무부 수장이니 하는 말들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뿐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여류’란 수식어를 붙일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적 혹은 폐쇄적, 아니 철옹성 혹은 철밥통이란 말과 더 잘어울릴 것 같은 우리의 정치권(력)이 모호한 잣대로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을 무산시키는 등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는 외딴 섬으로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성들의 마지막 점령지가 될 정치권이 대세를 그르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출판계·문학계·학계가 따로 없다.

언론은 매년 고시 합격자의 여성 관련 새 소식들을 전해준다.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증가했다느니, 수석을 차지했다느니….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할 것 같은 추세다. 출판계의 알려진 많은 이름 가운데 다수를 여성이 경영하고 있다. 문학 시장의 공급자도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한 지 10년이 넘었다.대학의 졸업 시즌이 되면 여학생들이 각종 수석을 휩쓰는 현실에대해 사람들이 호사스럽게, 혹은 염려스럽게 이야기하는 진풍경을 볼 수도 있다.

현상적으로는 분명히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 차별의 광정이란측면에서 진일보일 것이다. 물론 인권이라는 당위성의 차원에서여성(차별의) 문제는 어떠한 이유로도 유보하거나 순위를 미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 여성성의 확대가 건강한 사회의 토대가 된다는 인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갈등의 부드러운 해결이나 공공 영역에서의 온화한 서비스와 같은 것들이 여성성의구성 내용이 아닐까.

늙은 여자와 어린 남자도 (반대의 경우처럼) 당당하게 결혼할 수있는 사회.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이상 ‘여류’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되는 사회.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최초’란꼬리표를 달아주지 않는 사회. 그리고 어떠한 ‘파격’도 파격이아닌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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